건강보험법 시행령 처벌 기준 무조건 1년 정지 논란 98년 헌재 위헌 판결 이후 처벌 수위 오히려 높아져 의협 복지부에 업무정지 처분기준 즉각 철회 요청
대한의사협회는 본인부담액 수납대장을 작성·보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1년 동안 업무정지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업무정지처분 기준을 즉각 철회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하고 나섰다.의협은 "요양급여비용 명세서를 통해 본인부담액 내역을 파악할 수 있음에도 본인부담액 수납대장을 별도로 작성·보존하지 않았다고 해서 1년의 업무정지처분을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복지부에 관련 규정을 즉각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의협은 8일 46차 상임이사회를 연 자리에서 본인부담액 수납대장과 관련한 서울시의사회의 건의안을 검토한 후 복지부에 관련 규정의 폐지를 촉구키로 의견을 모았다． 김재정 의협 회장은 "본인부담액 수납대장을 작성·보존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요양기관을 통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의사들이 행정적 부담에서 벗어나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사회는 "모든 자료가 전산화 되어 있고, 영수증 발행을 통해 본인부담금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음에도 별도의 수납대장을 작성·보존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적인 낭비일 뿐 아니라 진료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행정 편의위주의 불필요한 규제는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는 "2001년 의정 협의 당시 '불필요한 각종 행정규제, 행정서식 보고 등 규제조항을 철폐한다'고 약속한 만큼 본인부담액 수납대장 미비치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을 즉각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신법무법인 김선중 변호사는 "다른 법령에서는 보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보고를 한 때 업무정지 기간이 수개월인데 비해 1년 동안 업무정지 처분을 한다는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조언했다．
한편, 1998년 5월 28일 헌법재판소는 현지실사를 받는 과정에서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을 비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보험연합회로부터 3개월 동안 요양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내린 사건과 관련, 의료보험법 제33조 1항(보험자 또는 보험자단체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요양기관의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에 대해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 75조와 95조에 위반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체계하에서 요양기관의 지정취소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막대한 불이익을 주는 제재적 처분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수행의 자유도 제한하는 조항이라며 부당성을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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