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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발전계획(안) 떳떳하게 공개하라
정부 정책결정 과정 문제 근본부터 개선해야
공청회 등 의료계 배제…보고서 투명성 잃어
정부가 곧 '참여정부 보건의료발전계획(안)' 연구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게 될 '참여정부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은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향후 5년간 보건의료 발전의 청사진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건의료발전기획단(단장 문경태)이 심혈을 기울여 진행해 온 연구사업이다． 또한 참여정부가 지난 1월 '참여복지 5개년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참여정부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이 마련된 것이기 때문에 의협을 비롯한 관련단체들은 보고서가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보건의료발전계획(안) 보고서가 마무리 되었음에도 공개하는 것을 꺼리고 있고, 오히려 보고서 내용이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있는 상황이어서 관련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게다가 지난해 11월 27일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이유로 공청회를 개최했으나 보건의료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계 인사들을 배제해 의견수렴과정에 문제가 있음은 물론 정책결정과정이 투명성과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보건의료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단체의 의견 수렴에 궁색했고, 자신들의 기본 정책방향에 맞는 의견들만 수렴하다보니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원칙들을 무시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문제 개선을 요구했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사업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책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정부가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뒤늦게 수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 최종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실과 상당한 부분 괴리
정부가 현재 공개하지 않고 있는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러 부분에서 보건의료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한국의료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는 현실과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언론 및 회의에서 공개된 보건의료발전계획(안)에 대해 의협은 지금부터라도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고 개선·보완하는 것은 물론 일부 내용은 첨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금은 국가적으로 국민소득 2만불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매진해야 할 때이며 보건의료시스템도 이러한 국가 과제의 하위시스템으로 목표가 설정되고 아젠다가 개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 의료체계는 사회국가적 의료체계
보건의료발전계획(안)에서는 우리나라의 사회보험 및 의료정책 기조가 사회보험형 모델보다 더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의협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협은 세계적 유례를 찾기 어려운 단일 보험자에 의한 보험제도가 운영되고 있어 경쟁이 없고 자유선택권이 제한되므로 우리나라의 현재 좌표는 사회주의적 의료제도에 위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기본문제는 요양기관강제지정제라는 국가강제동원체계와 정부 수가고시에 의해 모든 의료기관이 똑같은 진료를 제공해야 하는 국가 과잉에 있다고 진단했다.또한 공공의료는 의료기관의 설립주체로 구분하기 보다는 제공되는 서비스가 정부의 통제(수가적용, 심사대상)를 받느냐 아니냐로 구분함이 타당하고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의료가 존재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의협은 정부가 근본원인인 보험료 3%~4% 수준을 쟁점화하지 않고 OECD 평균의 의료수준만 갈망하고 있으며, 의사와 환자간의 불신을 끝없이 재생하는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부분도 지적했다．
공공성만 강조…민간의료 발전계획 전무
정부는 보건의료서비스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공공보건의료 기능 강화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안전망 확충 ▲응급의료의 접근성 강화를 들고 있다.이중 공공보건의료총괄 관리를 위해 국가중앙의료원을 설립하고 지역거점병원을 2008년까지 총 11개 신축할 계획이다． 또한 보건기관의 시설·장비 현대화와 응급실 전담 전문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기존 교육기관의 시설과 인력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중앙의료원 설립은 삭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거점병원은 기존에 있는 취약지 민간병원에 대해 기능을 공공화하는 정책을 우선시 할 경우 신축을 굳이 할 필요하 없다는 입장이다.의협은 보건소의 진료기능은 점차 축소돼야 하며 보건소의 진료기능은 공공병원으로 이관해야 한다며 보건소 의료장비 확충보다는 건강증진 장비 확충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응급실 전담 전문의 확보보다는 환자측의 응급의료진 폭행 등을 방지해 응급실 환경을 개선해야 하고, 전담전문의 확보를 위한 재원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무엇보다도 공공성 강화만 언급된 보고서에는 민간의료 발전방안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병원수가 구분·전문병원제 도입 신중해야
보건의료발전계획(안) 중 의료계와 가장 밀접한 부분은 '보건의료서비스의 질 제고 및 비용효과적 서비스 제공 방안'으로 의협은 보고서 내용 중 일부는 삭제, 일부는 신중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의협은 의원의 병상을 축소해서 의료전달체계를 정리하려는 발상은 인정할 수 없고, 의사수가와 병원수가의 구분은 의료계 내부에 미칠 영향력이 크므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료계와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병원제도 도입은 특정 종별 의료기관의 일시적 경영문제를 보상하기 위해 전체 의료공급체계의 틀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으로 불신만 야기할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의료시장 개방문제는 2010년까지 WTO DDA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복지부에서 천명했으므로 영리법인 개설허용은 불필요한 아젠다라며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외에도 의협은 신규 보건의료 직종 자격인증체계 구축과 노인의학전문의·노인정신의학전문의 양성, 학생인턴제도 도입은 삭제돼야 하고, 졸업후 임상수련 의무화, 전문의 자격 재인증 제도는 신중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행위인정평가기구 설립 필요
의협은 보건의료발전계획(안)에서 '신의료기술 평가기구'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으나 신의료기술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 전반을 검토하는 기구인 '의료행위인정평가기구'를 의협 내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또한 표준진료가이드라인 개발은 정부 영역이 아니므로 민간 자율에 의해 개발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의료분쟁조정법 제정은 대통령 직속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에서 의결된 안으로 하되 필요적 조정전치주의가 추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보건의료제도 틀과 구조 근원적 개편 요구
의협은 21세기 경쟁력 있는 '보건의료' 형성을 위해 현행 보건의료제도의 틀과 구조를 근원적으로 개편해 줄 것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보건의료발전계획(안)에 누락된 의약분업의 약가와 유통 등에 관한 사항과 민간의료 육성책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이 공공의료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의약분업 평가 및 전면 재검토 ▲약가제도 ▲의약품 유통 ▲민간의료기관 육성 등 추가로 언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단체와의 견해차이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공개할 것을 꺼려하고 있다．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정책을 연구하고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사회에서는 당연한 것이다． 완성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되묻고 싶다． |
